게임 없는 메신저 찾아서 … 10대·학부모 ‘카톡 엑소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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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초등학생 딸을 둔 직장인 신경혜(40·여)씨는 요즘 아이와 마이피플 메신저로 대화한다. “식탁 위에 간식 챙겨놨다” “오늘 체육 수행평가는 잘 치렀니?” 같은 일상적인 얘기다. 원래는 카카오톡을 썼다. 그런데 아이가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카카오톡 게임을 해서 지난달부터 메신저를 바꿨다. 신씨는 “직장인이라 아이와 메신저 대화가 필수인데, 딸이 메신저를 쓰다가 게임에 중독될까 걱정됐다”며 “게임이 안 되는 메신저가 있다고 해서 갈아탄 것”이라고 말했다.

 ‘무(無)게임 메신저’를 찾는 10대와 학부모의 ‘엑소더스’가 한창이다. 초·중·고교 개학을 앞둔 올 2월, 다음의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에는 13~18세 이용자가 1월보다 31만 명 늘었다. 마이피플은 카카오톡에 이어 국내 점유율 2위 메신저다.

지난해 12월 1만6000여 명에 불과했던 마이피플의 1318 사용자 수는 올 2월 말 39만 명이 됐다. 3개월 만에 사용자가 25배 증가한 것이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같은 기간 카카오톡의 1318 이용자 증가율은 5.5%였다.

 8300만 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 지난해 7월 게임 서비스를 시작하자 애니팡·드래곤플라이트·다함께차차차 같은 ‘국민 게임’이 줄줄이 등장했다. 메신저 친구로부터 게임 초대 메시지와 게임 관련 알림이 수시로 날아드는 부작용도 생겼다. 마이피플에도 모바일 게임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려면 메신저 계정과 별도의 로그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게임을 해도 휴대전화 주소록에 있는 친구들을 초청하지 않게 돼 있다.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가 이런 차이에 가장 민감하다. 초등학생 학부모인 김선희(39·여)씨는 “아들이 메신저를 바꾸고는 친한 친구와만 대화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 카카오톡보다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카페에는 “게임 안 하는 메신저가 뭐 있냐”는 엄마들의 질문이 자주 올라온다.

마이피플은 청소년 전용 학교 폭력 상담 창구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교육과학기술부·열린의사회와 함께 개설한 ‘상다미쌤’으로,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3만5000명의 청소년이 상다미쌤과 메신저 친구를 맺어 이용하고 있다. 다음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모바일 메신저도 연령과 이용자 특성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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