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시 방문에 한국이 분열하는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Indonesian singer Anggun
시위대가 부시방한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인들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에 뒤섞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악의 축' 발언, 특히 여기에 북한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 우려한다. 그들은 이러한 성격 규정이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긴장이 고조될 경우 최전선이 되는 곳에 있는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은 세대에 따라 대미 성향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늙은 세대는 전통적으로 상당히 친미적이어 왔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이런 성향이 훨씬 덜하다. 실제로 이곳에서 반미주의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더 자세한 정보
바로 이번 주에도 동계 올림픽을 통해 이런 현상이 목격됐다. 한국인들은 쇼트트랙의 선전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성과가 좋지 않자 편파적인 미국의 판정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TV에서도 비난 발언이 줄을 이었다.

사실 올림픽 사건이 북한 문제보다 더 큰 반미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일의 중대성은 종종 같은 크기로 취급된다.

반 부시 시위는 아직 규모가 작은 일부의 행동에 불과하다. 18일 급진적인 학생들이 서울 미상공회의소를 습격해 경찰에게 끌려 나갈 때까지 몇 시간 동안 현장을 점거했다.

그러나 친북적인 소수의 좌익 학생 단체들이 이러한 행동을 한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보면, 김대중 대통령 정부는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햇볕정책'을 지지해 주길 희망한다.

지난 해 김 대통령은 워싱턴을 방문해 부시를 만났다. 그러나 부시는 북한의 신뢰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회의를 표함으로써 김 대통령을 크게 당황하게 했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의 당황스러운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는 여전히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지만 '악의 축' 발언은 대화의 여지를 아예 없애버렸는지도 모른다. 북한은 이런 압력 하에 놓인 데 대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의 주요 야당은 식량 원조 같은 조치를 취할 때 정부가 더 엄격한 상호주의를 채택해야 한다고 말하며 '햇볕정책'에 반대한다.

야당의 입장은 미국 정부의 입장에 가까웠다. 최소한 '악의 축' 발언 이전까지는 그랬다. 이들은 북한을 악마화 하는 부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 대통령이 12월에 임기를 마치게 되며 야당이 대선에서 이길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 자체의 대북 자세가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그저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그때서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논리가 흘러 나온다.

20일 예정된 양국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든 사람들은 김 대통령과 부시가 서로의 견해 차를 숨기기 위해서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DONALD MACINTYRE (Time) / 이인규 (JOINS)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