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주자 강신재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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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강신재씨의 작품을 두고 『목관악기의 음향』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좀더 구체적인 표현으로『「체흡」과「사로얀」을 합쳐놓은 인상』이라고 말한다. 강신재씨가 흔히 작품의 저류로 끌어들이는「인간의 운명적인 불행」을 지적하는 비평들이다. 특히 여성의 불행은 운명적인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거역하는 것인가를 늘 회의하는 강 여사이다.
『아닙니다. 요즘엔 그것의 의미를 별로 느끼지 못합니다. 직접적인 표현으로 무엇을 쓰고 싶습니다.』
강 여사는 불현듯 반발한다. 독자에게 인상 지워진「그것」에 대한 반발이다. 그는「선이 굵어지는 변모」를 스스로 기대하고 있었다. 문단에 등장한지 18년을 맞는 지금, 그는 70여편의 단편과 10여권의 장편을 발표했다. 원숙과 심화의 경지에서 스스로 과감하게 시도되는「강신재 문학」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할 것이다. 그는 이번에 집필할 중편도 그「혁명」속에서 발상된 것이라고 말한다.
소재도 전연 판이한 상황에서 그에게「아픔」으로 절박해오는 것을 선택했다. 현대의 위기감속에서 사는 인간의 괴멸-. 『어느 시대이건 위기감은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리얼」한 것이다. 전율할 무기들, 전쟁이 주는 위협들, 그리고 또…. 굉장히 아프게 그것은 인간을 괴롭힌다. 아무 것도 믿을 수 없게 만든 것도 바로「위기감」, 그것이 아닌가.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잠시도 참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인간은 괴멸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그는 문학이라는「미학」의 가능성을 장편보다는 단편 쪽에 더 기대하고 있었다. 예술품으로서의 완성은 단편이 훨씬 유리하다는 견해였다. 단편에는「영롱한 완벽성」이 있다고 말한다. 「중편」은 그의 견해와 이상에는 적중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퍽 흥미 있는 어조로 이렇게도 말한다. 『더구나 전작을 쓰게되면 대중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그것은 예술의 극치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그럴수록 힘을 내볼만한 기회이다.』
남산기슭, 도시의 꿈틀거림이 한눈에 전망되는 서재에서 그는 쾌적한 기분으로 창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
요즘은「구상」을 위해 조용한 시간을 될수록 많이 남겨 놓는다.
그의 문학이 어떻게「변모」될지는 문단적인 관심으로까지 확대된다. 강신재씨로서는 긴장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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