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노사 20년째 ‘아름다운 양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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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동국제강의 남윤영 사장(앞줄 오른쪽)과 박상규 노조위원장이 27일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공동 선언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동국제강]

동국제강 노사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아름다운 양보’ 전통을 이어 갔다. 노동조합이 임금협상 투쟁을 포기한 대신, 회사는 고용 안정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동국제강은 27일 인천제강소에서 남윤영 사장과 박상규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공동 선언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올해 임금 수준을 회사에서 결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남 사장은 이에 화답하면서 “실질 임금 저하를 막기 위해 임금을 조금이라도 인상할 방침이며 고용 안정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현재 진행 중인 브라질 고로(高爐) 제철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공동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공동 선언했다.

 동국제강 노조는 1994년 우리나라 기업 노조로는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 선언을 했으며 이듬해부터 임금 결정을 사측에 위임해 오고 있다. 특히 이번 양보는 동국제강이 지난해 불황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11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위기감을 느낀 노사가 뜻을 모으면서 어느 때보다 쉽게 이뤄졌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철강업계에서는 올해 최초로 임금협상 위임이 이뤄진 것”이라며 “노사가 힘을 모은 만큼 올해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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