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IA, 북한 핵개발 계획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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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한 북한이 중동에 미사일 기술과 장비를 수출하는 주요국가인 것으로 미국의 첩보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화요일(이하 현지시각) 연두교서를 통해 이란, 이라크와 함께 이 전체주의 국가를 언급한 전날 미 중앙정보국(CIA)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탄도 미사일과 장비 및 기술의 개발과 수출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정권은 국민이 굶고 있는데도 미사일과 대량살상 무기로 무장하는 일에 열을 올리는 무리들"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부시는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테러리스트 동맹과 연합하는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대량살상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세 국가는 즉각 이 같은 발언을 반박했으며, 북한당국은 부시의 발언이 '선전포고'에 가깝다고 규정했다.

미 중앙정보국 웹 사이트에 개제된 보고에 따르면 2001년 1월부터 6월30일까지도 북한은 미사일 수출에 매우 의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는 "탄도 미사일과 관련 기술의 수출은 북한이 계속적으로 미사일을 개발하고 생산하게 하는 주요 통화수입원"인 것으로 나와있다.

"2001년 상반기를 통틀어 북한은 탄도 미사일과 관련 장비·부품·기술지식을 중동과 남부 아시아, 북부 아프리카에 계속 수출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덧붙였다.

북한의 핵개발 계획

이 보고서는 또 1994년 미국과 맺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2001년 후반기에도 핵개발 계획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전세계에 걸쳐 펼쳤다"고 기록된 이 보고서에는 또

"북한은 한 개 내지 두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로토늄을 확보했다"고 기록돼있다.

이 보고서는 또 북한이 지난해 4월 러시아와 방위산업협력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러시아 무기 수입의 기반을 마련했으나 실제 무기 판매는 북한의 지불 능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란과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와 첨단 재래식 무기(ACW)에 관한 기술 획득에 열심인 국가들이라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 보고서는 또 "이란은 화학·생물학·핵무기등 다양한 무기의 보유· 이동기술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화학무기 개발 계획

이란은 "핵 관련 장비·재료·기술지식을 다양한 경로, 특히 러시아를 통해 입수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이란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이라크는 화학무기 생산 시설을 재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 정부가 1998년 말부터 유엔(UN) 사찰단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탓에 이들의 대량살상무기 체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이라크 당국이 재건을 위한 중재기간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시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 이후 백악관 관리들은 북한과 이란, 이라크에 대한 구체적인 군사활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지목된 중동 국가들은 이 발언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역사를 통해 배울 능력이 없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외 정책이 예전보다 훨씬 퇴보했음을 나타낸다”는 무하마드 카타미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 대통령에 대해 “멍청하다”고 말한 타하 야신 라마단 부통령의 발언보다 많이 순화된 내용이다.

WASHINGTON (CNN) / 오종수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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