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년 세금 6조 먹는 공무원연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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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호 02면

퇴직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5년간 무려 30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선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약 135조원)의 22%에 이르는 엄청난 돈이다. 이런 전망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건실한 경제성장과 안정적 사회발전을 위한 정책 제안’ 보고서에서 나왔다.

공무원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 때문에 오래 전부터 기금 고갈 상태에 빠졌다. 정부가 매년 메우는 적자 보전액은 2008년 1조2000억원이던 게 2010년에는 2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2015년 6조2000억원, 2020년 10조5000억원 등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부터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혁하기 시작했다. 일반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 개혁을 2007년 시작한 것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해집단의 강한 반발로 시늉만 내는 수준에서 멈춰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 결과 개혁 이전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이의 급여 격차는 1.4배였으나 개혁 이후 되레 2배 수준으로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KDI는 이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가입자인 일반 국민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최소한 20%는 삭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생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퇴직한 뒤 연금으로 보상해 주는 걸 뭐라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을 제대로 개혁하지 않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이 더 악화되는 것은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차제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군인연금·사학연금 등을 포함한 4대 연금을 개혁하는 게 절실하다.

연금 개혁은 어느 나라나 정치적 포퓰리즘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증세와 연금 개혁은 늘 정권 교체라는 후유증을 낳았다. 미국의 경우에도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연금 삭감을 추진했지만 빌 클린턴 정부가 원상복구를 한 적이 있다. KDI 보고서도 “연금개혁은 정치적 난관이 있더라도 반드시 집권 초기에 추진돼야 한다”고 권할 정도다. 연금 개혁은 정치적 결단과 국민적 합의가 어우러져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도 관련 보고서를 내고 “예산 부족으로 기초생활보장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노인 빈곤층이 많은데 퇴직 공무원들의 풍족한 노후를 위해 막대한 국고를 지원한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복지 전문가들은 4대 연금 개혁이 한국형 복지의 큰 틀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일처럼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제 정부조직 개편과 장·차관 인사가 마무리된 만큼 복지·연금 제도를 속도감 있게 재정비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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