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말조심 아쉬운 인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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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요즘이 그야말로 '시즌'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각종 개혁조치들을 '의욕적'으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인수위와 기존 정부간, 또 인수위 내에서조차 다른 '말'이 튀어나와 취재기자의 입장에서도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다. 대표적인 게 하루만에 인수위 스스로 뒤집은 경인운하 건설문제다.

인수위는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여성 분과, 경제2분과, 환경부, 시민단체 등과 세밀한 검토를 거친 결과 경인운하 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검토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제외됐다. 또 KDI는 아직 공식결과를 발표하지도 않았다.

KDI가 인수위에 보고한 타당성 검토결과도 '타당성이 없다'고 단정한 것은 아니라는 후문이다. 그런데 인수위는 유독 타당성이 없다는 쪽만을 부각했다.

경제적 타당성 검토란 그 자체가 수많은 가정을 전제로 한다. 이자율을 몇%로 볼 것인지, 예상되는 효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건설비용도 평가하기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따라서 여러가지 대안이 존재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경인운하사업은 민자사업으로 추진돼 왔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참가한 9개의 회사도 나름대로 비용.편익분석을 한 뒤 참여를 결정했을 것이다. 민자사업의 장점은 바로 그런 분석과 투자를 민간에 맡겨 리스크도 민간이 나눠 가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유독 여러 대안 중 경제성이 없는 대안만이 신뢰도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인수위는 적어도 다른 대안들이 가진 문제점에 대한 적절한 분석을 덧붙여야 한다.

더욱이 이런 식으로 8년씩 진행되던 민자사업이 하루 아침에 중단된다면 더 이상 정부를 믿고 국책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민간회사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종도 등 경제특구개발에 외국자본의 참여를 장려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사례가 되풀이된다면 한국 정부를 믿고 투자하겠다는 외국자본이 있을지 우려된다.

신혜경 전문기자 hk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