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창작자 권리 찾기, 이제 시작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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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문화부문 기자

음악 저작권 강화가 화두다. 대통령이 직접 ‘창작자 권리 증진’을 국정과제로 꼽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신임 유진룡 장관이 취임사를 낸 지 1주일만인 18일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저작권료를 기존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바꾸겠다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바뀐 안에 따르면 소비자가 노래를 한 번 들을 때마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업자는 3.6원을 저작권료로 납부해야 한다. 기존엔 가입자별 1800원~2400원의 정해진 금액만 내면 됐다. 이번 발표는 즉각 시장에 반영됐다. 19일 SM과 YG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주가가 3~4%씩 급등했다. 창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 문화산업의 기초를 다진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복병이 있다. 일명 ‘치팅(cheating)’과 ‘블랙 마켓’이다. 치팅이란 출판계의 사재기처럼 특정 곡을 무한정 스트리밍해서 순위를 올려놓는 속임수를 말한다. 중국의 브로커를 끼고 수 만개 아이디로 음악 사이트에 가입해 순위 조작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모두 치팅을 걱정하고 있다. 권리자가 일부러 조작하지 않더라도 팬덤이 치팅에 앞장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엔 점유율로 계산했지만 스트리밍 회수당 저작권료를 지급하게 된다면 월 1000시간을 훌쩍 넘어선 무한 ‘치팅’ 스트리밍은 업체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치팅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무제한 스트리밍 상품에 손을 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면 ‘블랙 마켓’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다.

 3.6원이 책정된 기준은 월정액 6000원에 평균 이용시간 1000회이다. 이용자 입장에서 본다면 매일 30회 이상 음악을 들으면 월정액이 유리한 것이고, 그보다 덜 이용한다면 본전 생각이 나게 되는 셈이다.

 서비스업자는 ‘치팅’용 무한 스트리밍을 제한하는 장치와 적게 이용하는 소비자를 위한 상품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또 정부는 불법 다운로드 시장이 다시 커지지 않도록 감시의 고삐를 단단히 죄야 한다. 그래야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자는 새 정부의 의지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경희 문화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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