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전쟁나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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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북한이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전쟁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지하갱도 대피 훈련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를 우선 대피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15일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도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남조선과 미국의 공습에 대비해 실시하는 갱도대피 훈련에서 원수님들(김일성 부자) 초상화 모시는 일이 훈련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다.

북한에서는 수재나 화재가 났을 때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제일 먼저 구조한 주민이 영웅 칭호와 포상을 받는다. 이와 더불어 적의 공습에 대비한 훈련에서까지 김일성 부자에 대한 우상화가 그대로 연장되고 있다.

이 소식통은 “초상화를 대피시킬 때 초상화 액자만 달랑 들고 나오면 충성심이 부족한 불경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모심함’이라고 불리는 초상화 보관 상자에 정성스럽게 담아서 집 밖으로 옮겨야 하며 이때 초상화를 깨끗하게 닦을 수 있는 고급 벨벳 천으로 만든 ‘정성걸레’도 빠지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전 주민 지하갱도 대피 훈련을 11일부터 3일간 일제히 실시한다고 예고했지만, 지하갱도 설비와 준비 부족으로 11일부터 21일 사이 임의의 날짜에 분산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지역과 기업들을 조별로 나눠 돌아가면서 하루씩만 실질적인 갱도대피 훈련에 임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또 실제 갱도대피 훈련이 아닐 때에는 집안을 갱도로 가장해 집안에서 바깥에 나가지 않고 숨을 죽이고 숨어있는 것으로 대체한다. 순찰조들이 문을 두드리거나 해서 훈련상황을 점검하는데, 이때 무심코 문을 열었다가는 훈련에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어린아이들 전쟁놀이 같은 갱도 대피훈련에 주민들의 당국을 향한 불평과 조소가 난무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강조했다.

북한사람들과 자주 접촉한다는 중국 단동의 한 무역상은 “실제로 조선사람들은 전쟁이 나면 달러나 인민폐를 챙겨서 중국으로 뛰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훈련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라며 “북한주민들은 ‘이게 다 사람 잡으려고 하는 수작’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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