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따라하다간 큰 코 다쳐요"

중앙일보

입력

미국 증시를 따라 주식을 많이 내다판 투자자들이 요즘 낭패를 보고 있다. 국내 증시가 의외로 외풍에 잘 견디며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23일 오전 종합주가지수는 10포인트 하락한 가운데 출발했다. 밤새 뉴욕증시와 엔화가치가 급락했다는 소식에 놀란 투자자들이 매도 주문을 많이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수는 이내 오름세로 돌아서더니 결국 18포인트 급등하면서 740선을 회복했다. 주식을 팔았던 투자자들은 다시 사자 주문을 내느라 바빴다.

외국인들도 순매도 물량을 1백80억원으로 줄였다. 전문가들은 조정국면을 이용해 주가를 사들이겠다는 대기 매수층이 생각보다 두텁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미래에셋증권 손동식 운용총괄대표는 "증시의 대세상승에 대한 믿음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조정받을 때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투신사 주식형펀드쪽에도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뉴욕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40배로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한국증시는 PER이 15배 수준으로 저평가 매력이 계속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는 "한국증시는 최근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완만하게 떨어지고 있는 데 따른 반사이익까지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결국 세계 경기가 머지않아 좋아질 것이란 사실을 전제로 했을 때, 외환위기를 거치며 구조조정에 보다 충실했던 한국증시가 다른 경쟁국 시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돋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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