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시위현장 르포] 전쟁터 방불…경찰, 헬기 띄워 진압

미주중앙

입력

13일 밤 11시 브루클린 처치애브뉴. 경찰의 과잉대응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이 뒤섞여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폭동 진압장비를 착용한 수백 명의 경찰관들이 주요 블록마다 배치돼 시위대와 맞섰고, 경찰 기마대와 순찰차량이 도로에 도열한 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하늘에서는 경찰 헬기가 현장에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날은 지난 9일 16세 소년 키마니 그레이가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데 분노한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인 지 3일째. 오후 8시부터 200여 명의 시위대가 처치애브뉴와 유티카애브뉴 인근에 모여 20여 블록 떨어진 67경찰서까지 행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자들이 경찰에게 벽돌과 물병을 던지며 과격한 욕설을 하는 등 폭력사태로 번졌다. 시위대 중 한 명은 "이번 사건은 명백히 경찰의 과잉진압"이라고 외치며 경찰에 항의했다. 한 경찰관은 시위대가 던진 벽돌에 맞아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한 곳으로 집중된 시위대를 여러 곳으로 분산시켜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폭력을 사용하는 시위대는 가차없이 체포, 연행했다. 이날 경찰에 체포된 시위자는 약 50명. 체포된 사람 중에는 숨진 그레이의 친척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두 번째 시위는 큰 소요 없이 마무리됐지만, 이날은 그레이가 모두 7발의 총탄을 맞았다는 검시소의 부검 결과가 나온 뒤여서 시위 양상이 과격해진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이날 시위는 지난 11일처럼 한인 업소들을 대상으로 한 난동으로는 번지지 않았다. 그로서리 ?유팜랜드?의 신재학 대표는 "우려했던 폭동사태가 없어서 다행"이라면서도 "장례식까지 시위가 이어진다고 하는데 그날까지는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 하지만 경찰이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날 시위 진압에 동원된 경찰관들에게 물과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처치팜마켓?의 맹철호 공동대표는 "장례식날까지 단축영업을 할 계획이다. 경찰은 24시간 정상 영업도 괜찮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위험할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숨진 그레이의 어머니 캐롤 그레이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의 죽음을 밝혀 줄 정의를 요구한다"며 "아들은 경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레이 가족의 대변인은 "폭동 사태가 오히려 그레이 가족의 메시지를 흐리고 있다"며 폭력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총알 4발이 장전된 그레이의 총을 발견했다고 밝혔으나 가족과 일부 주민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시위는 16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그레이가 경찰에 총에 맞아 숨진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서승재 기자
sjdreamer@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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