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심이 의사에게 유리한 구조? '에라이~이 양반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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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강보험수가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이 공급자(의사)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발언이 나오자, 의료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수가결정 메카니즘과 거버넌스’ 정책토론회에서 연세대 정형선(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건정심이 공급자에게 유리한 구조”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정 교수는 “병원과 병상이 증가하고, 우수한 인재가 의사로 몰리며 의사가 최고 신랑감으로 꼽히는 등의 사회현상을 보면 결국 의사 수입이 괜찮다는 것”이라며 “원가보존율은 알 수 없으나 현재 원가 수준에 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 제시한 행위별 원가 분석을 위한 패널 의료기관 선정도 진정한 원가보다 상대적 분포를 알기 위한 방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에 의료계는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전국의사총연합은 15일 성명을 통해 “정 교수 말대로 건정심이 공급자에게 유리한 구조라면 왜 대한의사협회는 건정심 구조개선을 촉구하고 있고, 정부와 가입자단체는 이를 결사반대하는 것인가, 왜 매년 건정심에서의 수가협상이 결렬되고, 의사들은 왜 진료비를 1만원 내외 밖에 못 받는 것인가”라며 지적했다.

전의총은 “정 교수는 원가 분석을 위한 패널 의료기관 선정에는 부정적이면서, ‘의사가 인기이니 의사 수입이 괜찮고 원가 수준에 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도저히 학자라고 볼 수 없는 발언을 했다”고 정 교수의 발언을 강하게 비난했다.

더불어 매년 2% 수가인상과 함께 행위량 증가 등으로 실질적인 수가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정 교수의 발언에 대해 “의료는 소비량이 늘면 가격을 인하시킬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니다”며 “의료는 서비스 산업이기 때문에 환자 수가 늘어나거나 행위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원가를 절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단지 의사의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저수가 체계를 고집한다면, 병의원에 근무하는 수많은 간호사, 의료기사 등의 수입도 억제 될 것이며, 임대료와 의료 재료대, 인건비 때문에 결국 제대로 된 진료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게 전의총의 주장이다.

‘행위량이 증가하면 병의원의 저수가가 보전된다’는 정 교수의 논리는 만 원짜리 설렁탕을 파는 식당에서 손님이 늘어난 만큼 설렁탕을 싸게 팔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는 것.

전의총은 “이런 정 교수에게 요양기관 수가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건보공단 재원운영위원장을 맡긴 것은 정부가 계속 저수가를 강요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우려하며, “저수가로 폐업하는 의사가 늘고, 환자들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 교수의 발언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현 수가결정 방식이 공급자에게 유리하다는데 공급자인 의협은 거절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다른 의사들도 “공급자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말은 아마도 공급자에게 더 쥐어짜도 된다는 소리로 들린다”, “도대체 어디를 봐서 유리한 걸까”, “대한민국 의료계는 전망이 없다. 젊은 의사들이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해외로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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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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