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눔 미덕' 보여준 작품기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최근 잇따라 보도된 개인 수집가들의 공공 전시장 미술품 기증 소식은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시가만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근대 한국미술사에서 최고봉으로 꼽히는 박수근.이중섭의 작품들을 지역의 볼거리로 쾌척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내 고장 자랑거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붐을 타고 그 지역 출신 예술인을 기리는 미술관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지만, 작품을 변변히 갖추지 못해 '속빈 강정'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더욱이 유명 작고작가의 미술품인 경우 고가인 까닭에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 기대하기란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다. 결국 이를 채우려면 소장가들의 '나눔의 정신'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재를 털어 좋아하는 작품을 모은 개인컬렉터들을 '사적으로만 즐기지 말고 다같이 즐기자'라는 명분만으로 설득할 수는 없다. 기증이 활성화되게끔 여건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미술관으로서는 작품 옆에 기증자의 이름을 밝히고 기증자 코너를 따로 만들어 기증자 소개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컬렉션을 전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동시에 기증자는 물론 그 가족이나 후손들까지 그 미술관에서는 특별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기증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법적으로 작품 기증의 경우 기업은 연매출액 5% 내에서, 개인은 연소득 10% 내에서 해당 액수만큼 필요경비 또는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미술품에 대한 가격 산출을 제대로 하는 곳이 없어 개인기증자의 경우 실제 혜택을 누리는 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번의 경우에도 기증자들은 별다른 혜택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국가가 공인하는 평가감정기관 발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