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스포츠인을 승부조작 유혹에서 보호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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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강동희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11일 구속 수감됐다. 검찰에 따르면 강 감독은 이미 구속된 브로커 두 명으로부터 4700만원을 받고 2011년 2~3월 네 차례의 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야구·축구·배구에 이어 농구까지 4대 프로스포츠 전체가 승부조작으로 얼룩지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관리자이자 지도자인 현역 감독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구속되기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자못 충격적이다. 선수와 감독으로서 한국 농구에 족적을 남긴 강 감독이 이렇게 된 것은 개인에 대한 실망을 넘어 한국 스포츠의 불행이다.

 승부조작은 스포츠 정신의 근본을 송두리째 흔드는 중대 범죄다. 공정해야 할 스포츠 경기가 불순한 의도로 운영된다면 팬들도 외면할 수밖에 없다. 가만히 덮어두고 쉬쉬한다고 가라앉을 문제가 아니다. 프로농구연맹(KBL)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물론 자체 조사를 벌여 조작이 의심되는 경기와 관련자들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농구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특별히 지적할 점은 승부조작 연루자들을 색출해 처벌·징계하는 것과 함께 선수와 감독 등 스포츠인을 관련 브로커를 비롯한 검은 세력의 유혹에서 보호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KBL과 농구 구단들은 구속된 브로커가 경기장을 드나들며 농구인들과 접촉하는 동안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강 감독이 폭력조직 등으로부터 협박을 당하거나 약점을 잡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농구인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선수와 감독이 스포츠에만 전념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다시는 이같이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선교 KBL 총재를 비롯한 농구계는 물론 전체 스포츠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승부조작 사태로 이미지가 실추된 4대 프로스포츠계가 공동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프로스포츠계는 명예회복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게 스포츠인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