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영효율 위해 미국식 기업구조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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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기업경영의 효율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50년 만에 상법을 개정키로 했다.

일본 기업의 폐쇄적인 경영관행으로는 국제경쟁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사외이사의 경영감시를 강화하고 집행임원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한다는 것이 골자다.

일본 언론들은 17일 법무성 법제심의회가 이같은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법무성은 다음주 소집되는 정기국회에 이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법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기업들이 한꺼번에 제도를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본금 5억엔 이상이거나 부채총액이 2백억엔 이상의 기업(1만여곳)에 한해 희망할 경우 미국식 지배구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식을 선택한 기업은 이사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하며 이사회 내에 ▶이사를 선임 또는 해임하는 '지명위원회'▶경영을 감시하는 '감사위원회'▶이사의 보수를 정하는 '보수위원회'등 3개 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이사의 임기는 2년에서 미국처럼 1년으로 단축된다.

또 실질적인 경영은 이사회가 선임한 경영진(대표 집행이사 및 집행이사)이 전담하되 이사회가 늘 경영진을 감시하며 실적이 나쁘면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게 된다.부장이 이사로 승진하는 '샐러리맨 이사'로는 오너나 사장의 전횡을 막을 수 없고 경영의 전문화도 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법무성은 또 종전의 경영구조를 유지하는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를 한명이라도 선임하는 곳에 대해서는 '미니 이사회'를 개최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식 이사회 제도가 의무조항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대기업 한두 곳이 나서면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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