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 좌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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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증자냐, 사업 포기냐’.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 개발사업인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부닥쳤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져 증자가 불가피하지만 출자사들 간의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지역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서울 용산 역세권사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은 지은 지 80년이 넘은 옛 인천공설운동장을 헐고 축구전용구장과 주상복합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인천시 남구 숭의동 9만70㎡의 부지에 59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된다. 사업시행사인 ㈜에이파크개발은 인천도시공사와 6개 건설업체, 2개 은행이 공동 출자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시행사는 먼저 1120억원을 들여 2만 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을 지난해 8월 개장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752가구의 주상복합건물 4개 동을 짓는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2007년 사업을 시작할 때는 분양가를 3.3㎡당 1050만원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850만원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분양 자체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시행사 측은 이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숭의운동장 사업은 1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출자사들 중 건설업체들은 9개 출자사가 지분 비율에 따라 1000억원을 증자해 사업을 밀고 가자는 입장이다. 출자 비율은 건설업체 62%, 은행 18.1%, 인천도시공사 19.9%다. 에이파크개발 측은 “구도심 개발이라는 공공사업인 만큼 인천도시공사와 은행들도 증자에 나서 어려움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출자 건설업체들은 6월까지 사업이 재개되지 않으면 사업을 포기하고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천도시공사의 추가 출자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구도심의 대표적인 사업을 외면할 수도 없어 고심하고 있다. 증자 문제는 이달 말 에이파크개발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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