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곡가들] 박근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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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가요의 일반적인 멜로디 전개 스타일이나 편곡 스타일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시도가 호소력을 가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god의 '길'과 함께 올 겨울 최고 히트곡으로 꼽히는 그룹 타샤니 출신 여가수 t(윤미래) 의 솔로 데뷔 곡 '시간이 흐른 뒤'를 만든 작곡가 겸 프로듀서 박근태씨는 '시간이…'의 인기 비결을 절제된 멜로디와 여백있는 편곡에서 찾았다.

지난 9일 서울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한국 여가수들이 부르는 리듬앤드블루스(R&B) 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도한 애드립을 최대한 줄이고, t 고유의 음색을 살리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스물여덟살. 대학 재학중이던 1992년 김정민 1집에 '지난날의 그대로'를 수록하면서 데뷔했고 1994년 룰라가 발표한 '1백일째 만남'이 크게 히트하면서 인기 작곡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일찍 작곡을 시작해 나이에 비해 경력이 오래된 셈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기타를 치기 시작했어요.중학교 시절 작은형 등과 함께 학교 밴드를 만들어 연주했고요. 고등학교 다니던 89년부터 본격적으로 컴퓨터 등 전자 장비를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미디 음악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DJ DOC의 '나의 성공담', 소찬휘의 '헤어지는 기회', 젝스 키스의 '폼생폼사', 쿨의 '송인', 타샤니의 '경고'등이 그의 노래다. 지난해 t외에 3인조 여성 신인 그룹 투야에게 '봐''가'등의 노래를 줬고, 요즘 t와 인기 정상을 다투고 있는 샵의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도 그의 곡이다.

"작곡은 내 안에 내재된 감성을 끄집어 내야 하는 작업이죠. 그게 잘 안될 땐 몇달 동안 한곡도 못 만들기도 해요. 2000년에는 6개월 동안 한곡도 못 썼고…. 그럴 땐 여행을 주로 갑니다."

작곡가로서 박씨의 가장 큰 장점은 '가지치기식 작곡'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곡이 히트하면 비슷비슷한 멜로디와 편곡, 분위기의 노래를 이 가수 저 가수에 주는 상당수 유명 작곡가들의 작업 방식을 철저히 지양하고, 각 곡과 앨범마다 고유한 색깔을 넣기 위해 애를 쓰는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현재 3월에 출시할 예정인 t의 일본 진출용 힙합 앨범을 일본 유명 그룹 엠플로 및 지브라와 함께 만들고 있다. 박효신.코요테의 신곡도 제작중인 그는 "프로듀서로서 더욱 활발히 활동할 것"이라고 새해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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