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쌓는 중소기업] 2. 이앤이(E&E)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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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소각로에서 타고 남은 재에는 다이옥신.일산화탄소 등 환경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 그래서 일본은 소각로의 재를 용융로에서 처리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용융로는 타고 남은 재를 고온에서 녹여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도록 만드는 장치다.

일본에는 미쓰비시(三菱) 중공업 등 30개사가 용융로를 만든다. 이런 일본의 기업들에 용융로 제조.관리 기술을 한 수 가르치는 우리 중소기업이 있다.

경기도 화성의 이앤이(E&E).국내에서 유일한 용융로 제작 업체다. 이 회사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넉달 동안 일본의 중공업 회사 기술자 3명이 용융로 기술 연수를 받았다.

또다른 회사에서 파견돼 현재 기술을 배우고 있는 마노 츠바사(間野翼.23)는 "이 분야 넘버원이 되려고 한국의 이앤이에 왔다"고 말했다.

이앤이의 용융로에는 물을 전기 분해해 특수 연료(브라운 가스)를 대량으로 뽑아내는 장치가 달려 있다. 지난해 초 자체 개발한 것으로, 이 장치를 만드는 기술은 전세계에서 이앤이만 갖고 있다.

브라운 가스는 특히 연료 만드는 값은 싸면서도 순간적으로 섭씨 6천도의 고온을 얻을 수 있고, 공해도 거의 없다.

일본의 용융로 관련 기업들이 이앤이의 기술을 배우려는 이유다. 현장수(43) 사장은 "브라운 가스 제조장치에 대해서는 정비 방법 정도만 알려줄 뿐, 제조 핵심 기술은 일본 연수생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앤이의 직원은 18명 뿐. 그중 사장을 포함한 8명이 연구개발을 한다. 장치 중 핵심기술이 필요 없는 부분은 외부 업체에 제작을 맡기는 방법으로 인원을 최소화 했다. 회사는 지난해 2월 문을 열었다.

이앤이는 처음부터 용융로 설치를 의무화 한 일본을 주 시장으로 삼고, 현지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공략에 나섰다. 사업을 시작한 지난해에는 하루 10t을 처리할 수 있는 용융로 두대(36억원)를 일본에서 수주했다.

현사장은"처리 용량이 더 큰 용융로 7대(1백70억원)를 납품하기로 일본 회사와 구두 합의했으며, 곧 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전 이앤이 본사에서 현사장을 만났을 때도 일본의 마케팅 대행 업체로부터 전화가 왔다. 폐기물 처리장을 가진 식품 회사에서 이앤이의 용융로에 관심을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현사장은 "지난해는 연구개발 투자 등으로 적자였으나 올해는 순익을 낼 것"이라며 "밤 늦게까지 제품 개발에 매달리는 직원들을 위해 이익이 나면 일단 월급부터 올리겠다"고 말했다.

화성=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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