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동화세계|이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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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갑자기 낙일의 적막과 고독이 나를 엄습해 옵니다. 어두워지는 길에 앞서 주시던 어른을 잃은 외로운 소년의 심정 그것입니다.
마해송 선생!
이 세상에는 이렇게도 아까운 죽음, 너무도 이른 죽음이 있어도 좋은 것입니까. 선생이 가셨다니 너무나 놀랍고 슬프고 또 원통합니다. 가장 오랜 세월을 이 나라 아동문학의 길에서 바른 방향을 지키며 정진해 오시는 발랄한 현역이요 또 개척자이신 선생이 가신 것은 아동문학을 위해서도 아까운 일입니다.
또 너무 이르다는 것은 바로 재작년에 회갑을 맞으신 선생이시지마는 선생에게서는 연치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선생은 항상 젊으시고 그 작품 역시 기운찬 것이었으니 어찌 이 세상을 떠날 분이겠는가 하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생의 곧은 마음과 경우 바른 생활태도, 흐트러지지 않는 몸가짐은 우리들이 항상 부러워하는 바요, 이것은 또 많은 후배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선생에게서 나온 작품들은 언제나 의를 찾는 것이었고, 불의를 증오하고 분노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선생의 아동문학은 저희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주시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찌기 1923년에 발표하신 동화 <어머님의 선물><바위 나라와 아기별>을 비롯하여 40여년 동안에 항상 남작하는 일이 없는, 칼끝으로 새기듯 해오신 동화들이 이제 선생을 보내고 선생을 대신하여 주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토끼와 원숭이><떡배·단배><모래알 고금> 등의 동화 속에 의젓이 담겨있는 작가의 정신은 이 나라 어린이들을 위해 빛나는 공을 세워갈 것입니다.
다만 선생이 아직도 더 일할 수 있는 그 정열을 못다 풀어놓으시고 홀연히 떠나신 것은 남아있는 저희들의 땅을 치고싶도록 원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송 선생! 곧고, 인자하고, 마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시던 선생의 모습이 눈앞에 서있습니다. 몸을 쉬십시오. 그리고 마음은 항상 같이 있어 주십시오.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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