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안재현 "프로 벽은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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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관록이란 무시할 수 없다.

프로골프 대회 사상 최연소로 컷오프를 통과,세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던 '한국판 타이거 우즈' 안재현(13.사진)이 막판 8오버파로 무너져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반면 줄곧 중위권을 맴돌던 우즈(26)는 특유의 막판 몰아치기로 공동 6위라는 그런대로 괜찮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안재현은 13일 뉴질랜드 파라파라우무 비치 링크스 골프코스(파71.6천52m)에서 끝난 뉴질랜드 오픈에서 합계 11오버파 2백95타를 기록, 공동 62위에 그쳤다.3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쳐 공동 43위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마지막 4라운드에서 트리플 보기를 2개나 범하면서 주저앉았다.

13세 아마추어를 '골프 황제'와 견주는 게 성급한 감은 있지만 기록상으로 보면 안재현은 아이언샷의 정확도를 제외하고는 우즈에게 별로 밀리지 않았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45%로 우즈와 동률이었고, 퍼트 수는 라운드당 평균 1.63개로 1.71개의 우즈를 오히려 앞섰다.

그러나 아이언샷의 정확도를 말해주는 그린적중률은 54%에 그쳐 우즈의 69%에 크게 뒤졌다.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고비에서 정신적으로 쉽게 흔들렸고, 경기운영도 미숙했다.

그러나 안재현은 건장한 체격(1m81㎝, 84㎏)에 웬만한 프로들도 혀를 내두르는 장타를 과시함으로써 앞으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사실 중학생이 프로대회의 컷오프를 통과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즈가 처음으로 컷오프를 통과한 것은 16세 때인 1992년 닛산 로스앤젤레스 오픈에서였다.

안재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차세대 기대주로 각광을 받았다. AP.AFP 등 외신은 연일 그의 활약을 상세히 소개했고 갤러리도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한편 우즈는 3라운드에서 4언더파, 마지막날 2언더파를 추가해 합계 5언더파 2백79타로 공동 6위를 차지했다. 우즈는 2번홀(파3)에서 네 차례나 퍼트를 하며 더블보기를 범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경기에 임해 12번홀에서는 이글을 잡아내기도 했다.

이번 대회 우승은 11언더파 2백73타를 친 크레이그 페리(호주)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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