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창호 운전결심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이창호9단은 언제나 전철을 타고 다닌다. 조심성 많고 소박한 성품의 이창호로서는 전철이 편했다. 그러나 얼굴이 자꾸 알려지면서 전철타기도 점차 힘들어졌다.

이창호9단은 드디어 오너드라이버가 되기로 마음먹고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 스승인 조훈현9단은 지금도 운전을 하지 않는다. 잠들 때까지 바둑에 깊숙이 몰입하는 이들에게 운전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바둑은 집중력이 생명인데 운전은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9단이 운전학원을 찾게 된 데엔 두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첫째는 도요타.덴소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다. 도요타 자동차가 후원하는 이 대회는 우승상금 3억원에다 부상으로 약 1억원 상당의 최고급 도요타 자동차 한대가 걸려있다.

공교롭게도 이9단이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이 대회 준결승에 진출한 이후다. 한국기원 주변에서 "이9단이 이번 도요타 차는 직접 타고다닐 작정인 것 같다"고 추측하게 된 사연이다. 물론 입이 무거운 이9단은 이런 김칫국 먼저 마시는 얘기는 한마디도 꺼낸 적이 없다.

둘째는 결혼 문제다. 이9단도 어언 만28세. 보통 나이로 서른이 다 됐다. 장가갈 나이가 된 것이다. 그러나 얼굴이 너무 알려져 그렇지 않아도 수줍은 성격의 이9단으로서는 데이트하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주변에서 오너드라이버가 되라고 충고한 숨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도요타.덴소배 결승전은 29일 도쿄에서 열린다. 이 대회는 단판승부라서 더욱 짜릿하다. 단판승부에 이 정도의 상금과 부상이 걸린 일은 처음이다.

대국 상대는 중국의 창하오(常昊)9단. 이창호9단은 창하오에게 지금까지 17승4패라는 압도적인 전적을 보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