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사각봉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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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각봉투를 이제 보낼때도넘었으니 한번 보내보라고 결혼한 친구들이나 그의 부인들이 종종 농을 걸어왔다. 요 몇해사이에 청첩장이 든 사각봉투가 무던히 날아왔었다. 금년 들어서는나이 탓으로 대개가 결혼을 했기에거의없었다. 그런데 철늦게사각봉투가 두장이나날아들어왔다.
○…한장은 나에게 온 것이고또 한장은 아버지께 온 것이었다. 좀체 아버지께 직접 오는사각 봉투를 보지 못했기에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사각 봉투를 풀어 보시고는 낭패해 하시는 표정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아버지께 여쭤 보았더니 이것도 사각 봉투이지만 네 나이 때와 내 나이에 받는 사각 봉투의 내용이 다르다고 하셨다.
아버시께 온 봉투의 내용은 까만 선이 그어진 부음(부음) 이었다. 아버지의 중학동창이라고 하시면서 노안에 슬픔이담기셨다.
○…나는 받아든 사각봉투의 결혼청첩장을 꺼내 노란 금박(금박)줄과 아버지의 성성하신백발과 주름살을보고 인생의 무상을절감했다. 그리고여생이얼마 남지않았을아버님께 효도를다해야겠다고다짐했다. <서 준·27세·남·공무원·경북경산군압량면부적리319·이길우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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