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빈삼각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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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 제2국
[제8보 (133~150)]
白·한국 曺薰鉉 9단 | 黑·중국 王煜輝 7단

王7단은 133으로 달아난다. 하지만 사방엔 백의 대군뿐이다. 백 필승의 형세인 것이다.

그러나 曺9단이 선택한 공격 루트가 검토실 프로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든다. 曺9단은 134의 둔탁한 빈삼각으로 나가 136으로 끊은 것인데 이 수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빈삼각은 매우 나쁜 것이지만 曺9단의 빈삼각만은 유명하다. 큰 승부에서 曺9단은 바로 이 빈삼각을 서슴없이 사용하여 많은 승리를 이끌어냈고 '실전 한국류'의 명성을 높였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엔 대실패였다. 마음대로 하라며 137, 139로 한쪽을 두텁게 지킨 수가 우선 좋았다.

曺9단은 기세좋게 140으로 포위했으나 141로 안에서 살자고 하자 142~148까지 반토막만 잡는 것으로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큰 문제는 149라는 노림수였다. 이 패가 잘못되면 139로 완전 포위된 백△들이 전멸의 위기에 처한다. 결론적으로 잡는 방식이 나빴다. 134의 빈삼각이 빗나간 수였다.

134는 '참고도' 백1로 가볍게 급소를 치는 수가 좋았다. 흑이 2로 연결하면 3을 선수하고 그 다음 5,7로 끊어버린다.

두개의 흑대마를 동시에 타개하기는 불가능한 모습. 따라서 흑A, 백B 정도인데 이 그림이 실전보다 월등히 좋았다.실전은 중앙도 조그맣게 잡은 데다 149가 통렬하여 백이 거꾸로 걸려든 상황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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