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출마, 야권 단일화가 또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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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앞엔 야권 후보 단일화란 과제가 놓여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전 후보와 다툼을 벌였던 지난해 대선 과정을 연상케 한다.

 최근 미국에 가 안 전 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한 측근은 4일 “4월 재·보선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안 전 원장이 보선에 나오면 새 정치를 열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시 한 번 안철수 바람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란 설명이다.

 하지만 선거는 현실이다. 선거에선 구도가 중요하다.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이 모두 후보를 낼 경우 야당 후보 난립으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 전 원장이 3일 출마를 공식화하기 전, 이 지역구 의원이던 진보당 노회찬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의원직 상실을 위로한 것도 나름대로 구도를 관리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첫째 난관은 진보당이다. 진보당은 7일까지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 후보를 결정키로 했다. 노 전 의원도 “가장이 밖에 나가 돈 벌 생각은 안 하고 집안 음식만 축내는 것”이라고 안 전 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안 전 원장을 ‘동네 빵집 낸 삼성’에 비유하기도 했다.

 민주당 설득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안 전 원장 측은 내심 ‘지난 대선에서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민주당이 양보할 차례’라며 민주당의 무공천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이동섭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원장이 노원을 선택한 것은 의원 자리를 쉽게 얻어 신당을 창당하기 위한 꼼수다. 속히 민주당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측도 “안 전 원장으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제1야당으로서 후보를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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