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제재 당장은 없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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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로 넘어가게 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번주 이사회를 열어 대북 결의를 채택하고 북핵 문제를 안보리로 회부하는 데 주요 당사국이 입장을 같이한 것이다. 안보리 회부에 최대 변수였던 중국도 "안보리가 북핵 문제를 다루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최근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는 북한과 관련 당사국 간 문제를 넘어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국제적 현안으로 다뤄지게 됐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비롯한 핵 카드를 대미 협상으로 쓰려던 북한의 의도가 빗나갈 가능성이 없지 않고, 우리 정부의 입지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의 안보리 조기 회부는 다자 해결을 바라는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핵 문제는 북.미 간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입장 아래 안보리의 개입을 추진해 왔다. 북한의 대미 공세에 맞서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시간을 벌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듯하다.

북핵 문제의 안보리 회부는 시간 문제였던 측면도 없지 않다. 국제사회는 IAEA 사찰관 추방이나 NPT 탈퇴는 안보리 논의 사항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회부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

북핵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되더라도 곧바로 구체적인 대북 제재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일단 가장 낮은 단계인 안보리 의장 성명을 통해 북한의 NPT 복귀를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대북 결의안 채택을 통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1993년 북한의 NPT 탈퇴(3월 12일) 때도 이런 수순이었다. 방한 중인 존 볼튼 미 국무부 차관도 "안보리 회부와 제재는 별개의 문제며, 안보리가 경제제재를 가한 적은 별로 없다"고 밝혔다.

대북 결의안 채택에도 불구하고 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면 안보리는 대북 경제 제재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제재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 때문이다. 북한도 "우리에 대한 제재는 곧 선전포고"라고 해왔다.

북한은 IAEA가 핵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는 데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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