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기가 막혀] '컴퓨터 공짜' 광고에 속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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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대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는 몇 달 전 생활정보지에 난 '공짜 컴퓨터'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업체를 찾아갔다. 업체측은 컴퓨터를 구입한 뒤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하루 30분만 광고를 보면 월 13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돈으로 할부금을 내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매일 30분 정도의 노력은 어렵지 않겠다고 판단, 할부금융사를 통해 컴퓨터를 시가보다 50~80만원 비싼 가격인 2백95만원에 할부 구입했다. 그런데 1주일 안에 보낸다던 컴퓨터는 두달이 지나도록 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사업장과 홈페이지도 폐쇄됐다. 할부금융사에서는 대금을 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등재시키겠다며 납부를 독촉하고 있다.

#답

생활정보지뿐만 아니라 e-메일이나 길거리의 영업사원들도 '공짜 컴퓨터 제공''무료 냉장고 제공' 등으로 홍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실은 공짜 심리를 이용한 사기 상술인 경우가 많다.

위 사례처럼 컴퓨터를 받지 못하거나 광고를 볼 수 있는 홈페이지가 폐쇄되기도 하고 못쓰는 컴퓨터를 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사례만 1천건을 훌쩍 넘었다.

이 같은 피해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 해야 할까.

할부계약 후 1주일이 지나지 않았고 물건이 분실.훼손되지 않았다면 사업자와 할부금융사에 내용증명을 발송,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 다만 냉장고 등 설치를 하면 가치가 많이 떨어지는 제품은 철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계약 1주일이 지났다면 할부금 지급 거절 사유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컴퓨터가 배달되지 않았거나 고장이 나는 등 계약 내용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에는 할부금융사에 항변권을 행사해 차후 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이미 납부한 금액은 사업자를 통해서만 회수할 수 있으므로 항변권은 가급적 빨리, 내용증명을 보내 행사해야 한다.

최근에는 컴퓨터뿐 아니라 세탁기.자동차까지 공짜로 준다는 광고들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할부금융사에서 공짜 상술을 쓰는 사업자에 대해 신용 제공을 기피하자 최근에는 대금 전액을 현금으로만 입금하게 한 뒤 잠적하는 등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 관행을 지녀야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최주호.한국소비자보호원 주택공산품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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