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소주서 '전공' 바꾼 한기선 OB맥주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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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소주 '참이슬'의 성공 신화를 이끌었던 한기선(51.사진)씨가 3일 OB맥주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2월 초 진로 부사장(영업본부장)에서 물러난 뒤 한달여만에 주종목을 소주에서 맥주로 바꿔 주류업계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韓부사장은 진로그룹 부도 직후인 1998년 7월 진로의 영업담당 전무를 맡아 같은 해 10월 참이슬을 내놨다.

참이슬은 출시되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끌며 1년만에 소주 시장의 40%를 장악했다.

주류업계에선 "참이슬이 진로를 살렸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같은 성공으로 韓부사장에겐 '소주의 대부'라는 별명도 붙었다. 참이슬의 기획.개발.마케팅에서 그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유통경로를 다양화하고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해 경쟁 제품보다 10% 정도 싸게 판 전략이 주효했다.

또 진로란 한자어를 풀어 쓴 참이슬이란 상품명도 결정과정에서 논란이 많았지만 오히려 신선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촉매가 됐으며, 업계 최초로 대나무숯 여과 공법을 도입한 것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진로 관계자는 "한부사장이 주류 영업의 핵심인 친화력과 인맥관리에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韓부사장은 "당시 영업사원이 모자라 관리직들도 낮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엔 도매상이나 업소를 찾아다니며 영업을 한 것이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고 회고했다.

현재 위스키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진로발렌타인스의 임페리얼도 그의 작품이다. 94년 韓부사장은 국내 독자브랜드로는 처음으로 12년산 프리미엄 위스키를 출시하는 모험을 단행해 대성공을 했다.

한편 진로를 그만두게 된 것과 관련 韓부사장은 "건강이 좋지 않아 휴식시간이 필요했고,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욕심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몸이 많이 회복된데다 새 직장이 정해진 만큼 맥주에서도 참이슬.임페리얼 못지 않은 신화를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벨기에 인터브루가 지분의 95%를 가지고 있는 OB맥주는 진로의 맥주사업까지 인수해 OB라거.카프리.카스 맥주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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