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서울시 공무원 간첩, 구속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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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26일 탈북자로 위장해 입국한 뒤 국내 거주 탈북자 수백 명의 정보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죄 등)로 서울시청 계약직 공무원 유모(33)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2006년 5월부터 지난해까지 200여 명의 국내 거주 탈북자 정보를 북한 보위부 쪽에 넘겼다. 이 중 상당수는 유씨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채용되기 전 탈북자 관련 단체 활동을 할 때 수집한 것이고 50~60명의 정보는 공무원 재직 때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에겐 국내 주거 지원금과 정착금 등 2500만원을 부정 수령한 혐의도 적용됐다.

 중국 국적의 화교인 유씨는 북한에서 준(準)의사(의사 보조역)로 근무하며 불법 대북송금 브로커로 활동하다 2004년 4월 중국을 거쳐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왔다.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한 그는 2011년 6월부터 서울시청의 탈북자 지원 업무 담당 계약직 공무원이 됐다. 이후 가족을 북한에 두고 온 유씨는 다섯 차례나 밀입북했다. 2006년 5월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러 북한에 들어갔다 남한 입국 사실이 들통나 처벌 대신 북한 보위부 활동에 협조하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유씨는 자신의 여동생이 지난해 10월 탈북자로 위장해 입국하다 발각되면서 사정 당국에 적발됐다. 유씨는 자신이 화교인 점과 한 차례 밀입북한 것 외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북한이 정예 공작원 침투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 다양한 계층을 공작원으로 입국시키고 임무 수행에 가족까지 동원하는 점이 확인됐다”며 “탈북자 심사 및 관리 강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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