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에게 박수 받겠다는 재계의 자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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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취임사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좌절하게 하는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에 재계도 변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승철 전경련 신임 부회장은 “국민 의견을 기업에 전달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에게 박수 받는 단체로 거듭 나겠다”는 다짐도 했다.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동시에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자성이 되길 당부한다.

 주지하듯이 우리나라 반기업 정서는 세계 최고다. 엄밀히 말하면 반(反) 대기업, 반(反) 재계 정서다. 물론 재계 입장에선 억울한 점이 많다고 본다. 우리 경제가 이만큼 발전한 데는 대기업의 공로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혁신을 거듭함으로써 초일류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공로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국민이 많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고, 경제민주화가 이번 대선의 주요 화두로 등장한 까닭이다.

 왜냐하면 공(功) 못지않게 과(過)도 많기 때문이다. 불공정거래가 단적인 예다. 중소 협력업체의 기술을 약탈하고 납품 단가를 부당하게 인하한 대기업이 많다. 골목 상권에의 무분별한 진출도 반기업 정서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협력업체가 잘돼야 대기업도 잘된다는 동반성장과 상생 인식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대-중소기업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게 단적인 증거다. 그러니 대기업이 발전해봐야 나라 경제와 국민의 삶에 무슨 보탬이 되느냐고 하는, 낙수효과 논란이 제기된 것 아니겠는가.

 이제라도 반기업 정서를 완화하는 데 앞장서는 재계가 되길 바란다. 그게 결국에는 재계에도 좋은 일이다. 반기업 정서가 높아지고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세지면 대기업 규제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동반성장과 상생 인식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및 골목상권의 자생력 회복에 더 많이 기여하길 바란다. 국민에게 박수 받는 재계가 되는 것, 그게 나라와 재계가 같이 사는 유일한 길이기에 하는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