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통장으로 피싱 계좌 주인도 배상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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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빌려준 통장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행에 사용될 경우 통장 주인도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민사2단독 고제성 판사는 25일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김모(48)씨가 범행에 사용된 통장 명의자 이모(36)씨 등 1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피해액의 절반인 4435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고 판사는 “피고들이 범행을 방조한 공동 불법 행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11년 9월 30일 대검찰청 금융조사부 직원을 사칭한 정체 불명의 범인에게 “수사 중인 사기 사건에 당신이 연루돼 있다”며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확신한다면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금융정보를 입력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범인이 제시한 가짜 대검찰청 사이트에 자신의 인적사항, 계좌번호, 보안카드번호, 비밀번호 등을 입력했다. 범인은 이 정보를 이용해 김씨의 계좌에서 피고 15명 명의의 계좌로 8871만원을 송금한 뒤 인출해 잠적했다. 이에 앞서 피고들은 2011년 9월 초께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자신들 명의의 통장,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을 퀵서비스 편으로 건넸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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