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장기계획 세워 단계적 증여해야 효과 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11호 22면

노후에 돈이 있어야 부모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요즘 통설이다. 일찍 재산을 물려줬다가는 무시당하기 십상이라는 거다.

20~30대 자녀 둔 자산가 부모라면

일찍 돈을 물려주면 자식의 자립심만 해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도 아들ㆍ딸이 넉넉하게 살기를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이다. 사회 초년병인 20~30대에게 사전 증여는 향후 재산을 불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자영업자 정모(62)씨는 얼마 전 회사원인 아들(31)에게 30%가량 평가손실이 난 펀드를 증여했다. 사회생활 초년생 아들의 재산 형성에 도움을 주고, 평가손이 나 증여가액이 낮을 때 물려주면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낼 수 있어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과세가 강화되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정씨가 물려준 펀드는 원금 2억여원에 현재 평가액은 1억5000만원 정도다. 증여세는 기본공제(3000만원), 자진신고공제(10%)를 제하고 1200만원 정도 나왔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는 것을 비롯해 보다 엄격히 세금을 부과하는 분위기 속에 일찍 증여에 나서는 자산가가 적지 않다. 올해부터는 차명계좌에 증여세를 보다 쉽게 부과할 수 있도록 관련 법도 바뀌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자녀나 부인 명의로 금융회사에 돈을 맡길 경우, 세무당국이 예전에는 ‘차명계좌 명의자가 돈을 뺐을 때’를 증여 추정 시기로 보고 과세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차명계좌를 보유한 시점’으로 바뀌었다. 아버지가 아들 이름의 통장에 1억원을 넣으면 그 시점에 아들이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부부장은 “최근 자녀에 대한 증여 문의가 늘고 있다”며 “금융소득 과세기준이 낮아지고 증여 추정이 엄격해지면서 사전에 세금 문제를 확실히 해놓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원종훈 국민은행 웰스 매니지먼트팀장은 “국세청이 인정하는 자금의 원천을 만들어 주는 것은 향후 재산 불리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증여에도 전략이 있다. 증여세는 증여재산 평가금액에 세율을 곱해 나온다. 평가금액은 ‘시가’가 원칙이다. 증여세율은 기본공제(성인 자녀 3000만원, 미성년자 1500만원, 배우자 6억원)를 별도로 하고 ▶ 1억원 이하 10% ▶ 5억원 이하 20% ▶ 10억원 이하 30% ▶ 30억원 이하 40% ▶ 30억원 초과 50%다. 세금을 줄이려면 평가액을 낮추거나 세율을 낮춰야 한다. 자영업자 정씨처럼 펀드 평가금액이 낮을 때 증여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세율은 증여액을 적게 하거나 여러 자녀에게 분산해 단위 금액을 낮추면 떨어진다. 이때 10년 이내에 같은 사람에게 누적해서 증여하면 합산 과세 대상이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1억원을 증여했는데, 9년 전에 30억원을 증여한 게 있다면 1억원 증여에 10%를 과세하는 게 아니다. 총 31억원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1억원에 대해선 50% 세율을 적용한다.

김중래(회계사) 딜로이트 컨설팅 상무는 “증여액이 클수록 10년 이상의 장기 계획을 세워 증여하는 게 절세 효과가 크다”고 조언했다. 증여세는 증여받는 사람이 내기 때문에 부동산을 증여할 때는 세금을 낼 수 있는 현금도 함께 증여하는 것이 좋다. 자녀가 소득이 없는데 부동산을 증여받아 증여세를 내면 자금출처 조사를 받을 수 있어서다. 20~30대 직장인으로 소득이 있다면 증여세를 5년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도 생각해 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