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내년초 제 3화폐 발행

중앙일보

입력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고 파산상태에 빠진 아르헨티나 정부가 내년 초에 제3의 화폐(아르헨티노)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아 임시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내년 초 1백억달러 규모의 아르헨티노를 발행, 이 돈으로 공무원들의 월급을 주고 비품 등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조치가 경제난국 돌파에 열쇠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 왜 제3의 화폐인가=일단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10년전에 살인적인 인플레를 잡기 위해 '1달러=1페소'라는 고정환율제(페그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인플레 치유에는 도움이 됐지만 페소화 가치를 달러에 고정해 놓음으로써 수출에는 큰 장애가 됐다.

따라서 지금 국내외에서 페소화 평가절하 압력을 받고 있다. 페그제도 유지하고, 페소화도 어느 정도 절하하는 용도로 새 화폐를 도입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울러 새 돈을 찍어내 당장 급한 정부의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의 소비도 부추기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 성공 여부는 불투명=영국 BBC방송은 이 화폐의 앞날이 극히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보증한다 해도 이미 신뢰를 잃은 터라 국민들이 그 화폐를 통용하겠느냐는 것이다. BBC는 이어 쿠바 등 이미 한 국가 다화폐 체제를 도입한 나라들이 대부분 실패했음도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페론당이 어떻게든 그때까지만이라도 페소화 평가절하를 막아보려는 응급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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