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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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더욱이 이번 실태조사는 그 대상을 시설면에 있어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을 듣던 국·공립학교에 한정했던 것이니 만큼 그밖의 사립 실업계학교의 실태까지를 감안한다면, 지금 우리나라 전체 실업계교육의 실태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한심한 실정임을 부인치 못할 것이다.
조사결과 밝혀진 사항 가운데서도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주로 다음 네가지라고 할 수 있다. 즉 그 첫째는 이들 실업계학교의 거개가 겉치레의 외부시설은 번질한데 비하여 내부시설이 말이 아닐 정도로 빈약하다는 점이요, 둘째는 유자격교사가 심히 부족한데다가 이에 겸하여 이들 교사들은 힘에 겨울만큼 많은 수업시간을 담당하고 있어 교육의 질적저하가 현저하게 노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셋째로는 학생의 입학허가와 교과지도에 있어 거의 학생 개개인의 적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며, 넷째로는 실업계 학교의 실험·실습시설을 위한 투자가 겨우 명목상의 미미한 액수로, 그나마 균등배정하는데 급급하여 거의 어떤 한학교도 정말 실속있는 시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최근 수년간 당국이 「과학기술의 진흥」을 위하여 취한 몇가지 조치가 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최근 수년내 진행중에 있는 실업계 교육과정의 개편을 위한 노력이라든지, 실업교사의 증원배치 및 실험·실습시설 확보를 위한 경제개발 특별회계로부터의 연액 3억3천만원 정도의 보조금 지출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문교당국의 노력이 일진월보의 기세로 변모해가고 있는 오늘날의 과학기술 및 산업기술의 발전추세에 비추어 볼 때 너무도 우보와 같은 지졸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과 그와같은 규모의 시설투자가 오히려 재정의 낭비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와같은 실태조사를 주무부인 문교부를 제쳐놓고 내각기획조정실같은 곳에서 주관한 것을 과히 탐탁스럽게 생각할 수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 조정실의 이번과 같은 실태조사가 심히 미흡한 감을 씻을 수 없는 당국의 실업교육 진흥정책 내지 전반적인 고등교육 진흥정책에 결정적인 쇄신의 기운을 가져오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을 기대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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