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 배구계 '부정선수'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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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의 차세대 리베로로 꼽히는 곽동혁(인창고3)을 둘러싸고 부정선수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은 내년 한양대 입학 예정인 곽동혁이 소속팀 인창고의 학교장 승인 없이 슈퍼리그 대학부 경기에 뛰고 있다며 자격 박탈을 요구하고 나섰다.

곽동혁은 고교장의 도장 없이 대한배구협회에 슈퍼리그 참가신청서를 냈으며 23일 명지대와의 첫 경기에 주전 리베로로 출전했다.

이와 관련, 경기대는 한양대와의 슈퍼리그 경기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협회는 이에 정면으로 맞서며 경기대와 이경석 감독에 대한 징계를 적극 검토하고 나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곽동혁이 본인과 가족의 뜻에 따라 인창고와 같은 재단인 경기대를 외면하고 한양대에 진학하면서 비롯됐다.

경기대는 곽동혁을 붙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갔고 이 과정에서 절차상 오류가 생긴 것. 이에 따라 곽동혁은 배구협회에 조정신청을 냈고 협회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 지난 22일 상무이사회를 열어 곽의 슈퍼리그 출전을 허가했다.

이에 대해 이경석 경기대 감독은 "협회가 배구계의 질서를 무너트린 중대한 오류로 지원서의 법적 효력을 없애 선수의 자유계약을 무방비로 열어줬다는 점에서 배구계 질서를 뒤흔드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김남성 명지대 감독도 "전 국가대표 김기중(상무)의 경우 인하부고 교장 직인없이 성균관대에 진학했다가 문제가 돼 그 겨울 슈퍼리그에 뛰지 못했다"며 협회 결정에 일관성이 없음을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안과 관련해 대학들은 협회 집행부 요직에 한양대 출신이 포진한 점 등을 들어 슈퍼리그 출전 결정에 정실이 개입됐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영호 협회 부회장은 "선수측에서 조정신청이 들어와 자격심의를 했고 이사회를 통해 공식 결정을 내렸다"며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고 "배구는 물론 거의 모든 종목에서 학교재단의 연고권이란 없으며 대학진학에는 학생본인의 뜻이 존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경기대측의 슈퍼리그 보이콧 선언과 관련, 이경석 감독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부정선수' 논란이 그동안 특정대학 독식현상에 잠자코 참아온 대학과 협회간 감정싸움으로 번질까 우려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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