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의 살림꾼 이규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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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이규섭(24)은 역시 살림꾼이었다.

이규섭은 지난 23일 단독 선두를 달리던 대구 동양과의 경기에서 연장부터 투입돼 허리 부상의 아픔도 아랑곳하지 않고 완벽한 수비로 팀에 78-74의 소중한 승리를 안겼다.

1, 2차 연장 10분을 모두 뛰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2점을 넣고 3개의 리바운드에 3개의 블록슛으로 동양의 공격을 막아 지난 시즌 신인왕의 진가를 입증했다.

대학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혀왔던 허리 부상때문에 1∼4쿼터까지 벤치를 지켰던 이규섭은 경기가 연장으로 이어지자 김동광 감독의 부름을 받고 코트로 들어섰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골밑을 충실히 지키던 이규섭은 69-68로 앞서던 1차 연장종료 1.8초전 상대 전희철의 골밑슛을 쳐내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이규섭의 블록슛이 없었다면 당시까지 1점차로 앞서던 삼성이 오히려 69-70, 1점차로 패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이후 전희철이 1차 연장 종료 0.7초를 남기고 얻은 자유투 2개중 1개 밖에 넣지못해 경기는 69-69의 2차 연장에 접어들었고 이규섭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돌아왔다.

2차 연장에서 부상으로 빠진 아티머스 맥클래리의 공백까지 충실하게 메운 이규섭은 76-74로 앞서던 경기 종료 3.1초전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규섭의 수비와 자유투로 삼성은 공동 선두에 1게임차 뒤진 공동 3위로 올라서 상위권을 지킬 수 있었다.

더 큰 수확은 부상에 시달리던 이규섭이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사실. 25일 크리스마스 경기를 마친 뒤 주말경기가 시작되는 29일까지 3일간 쉴 수 있게 돼 이제부터는 다시 베스트 멤버로 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김 감독은 "신인이었던 지난 시즌에 비해 여유가 많이 생겼다"며 "본인만 괜찮다면 언제든지 다시 주전 멤버로 뛰게 할 생각"이라고 이규섭에게 기대를 걸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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