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장 고객카드 전면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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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농협 단위조합이 발행한 현금카드의 비밀번호가 새어나가 고객 돈이 몰래 빠져나가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자 농협이 현금카드 1천1백만장을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농협은 지난해 12월 26일 이전에 전국 단위조합에서 발급한 모든 현금카드와 주류구매카드가 교체 대상이라고 21일 밝혔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에서 발급받은 모든 카드는 이상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밀번호가 유출돼 금융기관의 고객 카드를 모두 새로 바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고는 카드 사용이 보편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것이어서 앞으로 카드 정보 보안 문제가 큰 경제.사회적 이슈가 될 전망이다.

농협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서울.경기와 충청일대에서 11차례나 비밀번호가 유출된 위조 현금카드를 통해 고객의 돈이 빠져나가자 오래돼 보안성이 떨어지는 기존 카드를 모두 없애기로 결정했다. 대신 암호정보 등 보안장치를 강화한 새 카드로 바꾸기로 했다.

농협 관계자는 "돈을 찾지도 않았는 데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는 고객들의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며 "비밀번호 등 고객 정보가 모두 유출돼 현금 카드가 복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찰이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라며 "사고지역이 전국에 걸쳐 있고,피해 건수가 많은 점으로 봐 조직적인 범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농협측은 "카드 전면 교체는 고객들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다른 금융기관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혀 유사한 피해 사례가 더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농협은 대상 고객들에게 오는 25일까지 가까운 농협 점포를 찾아가 기존 카드를 새 카드로 교체하라는 안내장을 일제히 보냈다. 농협은 기존 카드는 오는 26일 이후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농협 현금카드는 일반 금융기관이 적은 지방 소도시와 농촌 지역 주민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카드는 일반 은행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농협외 금융기관에서의 사용이 전면 중지된 상태다.

농협은 현금카드가 10여년 전에 개발된 것이어서 보안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내부 공모 가능성은 부인했다.

주정완 기자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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