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만 대박이냐" 대자본 뮤지컬에 군침

중앙일보

입력

뮤지컬을 중심으로 한 공연계에 대자본의 진출이 활발하다. 1990년대 초 삼성 등 대기업이 공연.음반업에 참여하던 것과는 또 다른 양상이다. 그 때는 한 기업이 전체 기획.제작을 책임지는 식이었으나, 최근에는 뜻 맞는 자본들이 연합해 한 작품에 투자하는 식으로 그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몰고온 핵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제작사인 제미로(대표 문영주) 다. 제미로는 동양그룹의 계열사로 영화.음반.공연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오페라의 유령'은 첫 공연사업이다. 물경 1백억원이 넘는 파격적인 투자로 이 작품의 '벼락성공'이 예견되자 주춤대던 후발업체들의 용틀임이 시작된 것이다.

▶성공모델이 될 '오페라의 유령'=장장 7개월 공연에 총 제작비는 1백10억원(개막 전 사전 제작비 50억원+사후 제작비 60억원) 이다. 기획.제작사인 제미로와 코리아픽쳐스(20억원) 등 5개 업체가 투자사로 참여했다.

조직적인 마케팅과 홍보 덕에 '오페라의 유령'은 12월~내년 1월 공연 티켓 판매.예매로 이미 사전 제작비 50억원은 회수한 상태다.

내년 6월 공연이 끝날 때까지 회당 평균 유료 관객의 객석 점유율이 90%를 유지하면 총 1백80억원의 수익을 거둔다. 대충 70억원의 수익이 나는 셈. 여기에 협찬금과 팸플릿 판매 등 부대 수익이 추가되면 총수익은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제작.투자사가 지분율에 따라 나눠갖게 된다.

제미로의 최영환 마케팅부장은 "투자선을 다양하게 해 서로의 위험부담을 줄인데다가, 성공이 예견됨으로써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어떤 움직임 있나=세종기술투자는 최근 S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미 1백20억원의 펀드를 확보했다. 첫 작품으로 댄스 퍼포먼스인 '스피리트 오브 더 댄스'를 수입.공연하는데, 2003년부터는 뮤지컬 사업에 본격 참여할 계획으로 작품 선정에 몰두하고 있다.

김희철 이사는 "투자보다는 기획.제작 위주의 대형 무대를 구상하고 있다"며 "영화 사업은 이미 선수를 놓친 상태여서 공연사업을 특화해 선두업체로 발돋움하겠다"고 꿈을 내비쳤다.

이밖에 서울뮤지컬컴퍼니가 벤처업체인 베스트홀딩스와 합병해 내년부터 창작 뮤지컬 제작에 집중할 예정이며, 일본 노무라증권의 자본이 들어온 본엔터테인먼트와 CMI 등도 대형 공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런 업체들은 앞으로 기존 개인 주도의 뮤지컬 전문제작사인 에이콤.신시뮤지컬컴퍼니 등과도 치열한 시장 쟁탈전(혹은 연합하거나□) 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되는 효과와 영향=영세했던 공연업계에 대형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들은 첨단 투자기법과 마케팅 기법을 개발하는 등 공연업의 선진화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속적으로 재투자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

단지 기존의 공연계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자본의 '속성'이다.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신생 투자사들은 아직 예술보다 돈을 우선하기 때문에 동반자적인 협력을 하기에는 부담스런 면이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