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광고만 요란한 '원숭이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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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9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데리고 서울 강남 코엑스에 갔다. TV에서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는 '원숭이 학교'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광고 때문이었는지 코엑스 앞은 버스정류장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들리는 얘기로 미뤄 볼 때 대부분 같은 공연을 보러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 들어간 공연장에서 나와 아이를 포함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크게 실망했다.

일단 좌석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바닥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그나마도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은 중간중간 서 있었고 이 때문에 뒤에 앉아있는 관객들은 무대가 보이지 않는다며 아우성이었다. 게다가 공연장 안에 잡상인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실내를 더 어지럽혔다.

공연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안내책자엔 한시간 공연이라고 돼 있었지만 막상 공연은 35분만에 끝났다. 그리고 이중에 10분 가량은 원숭이학교가 아닌 다른 나라의 민속춤 공연이었다.

입장료가 그리 싼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본전 생각'이 절로 났다. 모처럼 아이를 데리고 나선 나들이가 너무 짜증스러웠다.

이양숙.서울 강동구 둔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