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휴경지 보상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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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남 나주에 사는 농민 金모(46)씨는 요즘 하루 걸러 한번 꼴로 땅주인 집을 찾고 있다. 한해에 5백만원씩을 주는 조건으로 논 2㏊를 빌려 농사를 짓고 있는데 최근 땅주인이 휴경(休耕)을 하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金씨는 "임대료보다 많은 휴경 보상금(6백만원)을 챙기려는 주인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실업자가 될 것이 두려워 땅주인에게 매달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최근 '쌀 생산 조정제'를 실시하겠다면서 농사를 짓지 않을 경우 농지 소유자에게 ㏊당 3백만원씩의 휴경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쌀의 감산(減産)을 위해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제도다. 3년 동안 벼나 농작물을 재배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농지 소유자에게 ㏊당 3백만원씩의 보조금을 주도록 돼 있다.

정부는 전국 논 면적의 2.6%인 2만7천5백㏊를 대상으로 정해 놓고 지난 20일부터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휴경신청을 받고 있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전국 1백35만여 농가 중 72.5%를 차지하는 임차 농가를 죽이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 전남도연합회 박원균(朴元均)사무차장은 "식량자급 계획을 포기하는 위험천만한 정책이라서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김광옥(金光玉.53)의장은 "한번 버려진 논은 복구하기 힘들어 결국 쌀 농사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며 조정제 거부 투쟁을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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