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Bram Stoker's Dracul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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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성격을 띈 영화들중에서 드라큐라는 그야말로 고전에 속한다.

'드라큐라'라는 영화의 역사도 역사지만 줄거리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흡입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라큐라라는 인물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한몫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공포영화를 즐겨 보는 친구의 말마따나 '전기톱(텍사스전기톱 살인마)이나 직접 만든 쇠갈퀴(나이트메어), 가면(스크림)따위를 덮어쓰지 않고도 우아하게 목적달성을 하는 유일한 호러계의 전설'이 바로 그 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지명도가 높은 이유로 인해 드라큐라 백작을 다룬 영화는 수도없이 등장했고 영화들마다 드라큐라 백작에 나름대로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면서 끝없는 애정(?)을 보여왔다.

프란시스포드코폴라 감독이 드라큐라를 영화화한 것은 정말 의외의 선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지옥의 묵시록'이나 '대부'이후의 영화들이 아무리 신통치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나 브람스토커의 원작에 충실하게 작업하겠다는 모토에 걸맞게 시각적이고 화려하며, 마치 뮤지컬의 한장면을 연상시키는 드라마틱함으로 다듬었다.

제작비는 천문학적으로 상승했지만 돈을 쓴 만큼 영화자체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시각적인 현란함은 그 이상을 넘어 아름다움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철저한 고증도 한몫 했다고 하지만(일본의 세계적인 예술가 에이꼬아시오까가 의상스탭으로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래간만에 보는 코폴라 감독의 녹슬지 않은 실력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

결코 다루기 쉽지만은 않은 소재의 영화이다보니 음악의 중요성도 당연히 비중있게 부각되는데, Wojciech Kilar가 작곡한 15곡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영화자체의 놓칠 수 없는 느낌이나 민감함(?)을 단번에 불식시킬 수 있을만큼 강렬하고 훌륭하다.

탁월한 구성이나 텐션의 조성에 있어서 록밴드의 하드코어 사운드나 액션영화의 종횡무진 정신없이 몰아부치는 관현악편성같은 방법만이 능사가 아님을 단번에 증명시켜준다. 철저하게 조절되는 긴장의 강약 - 서정성과 기괴함, 급박함속에서도 항상 뒤따르는 훌륭한 마무리는 영화음악의 책임에 충실하다.

코폴라가 창조한 새로운 드라큐라 백작의 이미지는 미녀나 찾아다니며 게걸스럽게 목이나 깨무는 단순무식한 이미지가 아니다.

이루어지지못한 사랑에 굶주려 엄하게 흡혈귀가 된 경우인데, 이 혼란스러운 캐릭터와 사건을 다룬 음악도 그에 걸맞게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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