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감 ‘장학사 장사’ 연루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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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종성(63) 충남교육감이 교육전문직(장학사) 선발시험 비리에 개입한 정황이 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김 교육감은 미리 시험 문제를 건네주고 응시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교육청 간부 김모(장학사·50)씨가 마련해 준 대포폰을 사용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 교육감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씨 등 교육청 간부 2명은 지난해 7월 치러진 중등 장학사 시험 응시교사 18명(중등 16명, 초등 2명)에게 시험문제를 알려주는 대가로 1인당 1000만~3000만원씩 총 2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4일 구속됐다. 이에 앞서 김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장학사 노모(47)씨는 지난달 7일 구속됐다. 충남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지난해 12월부터 장학사 시험 비리를 수사해왔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노씨 등은 시험문제(논술·면접)를 만들어 응시자들에게 전달한 뒤 시험 출제위원을 포섭해 자신들이 배포한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도록 유도했다. 도교육청 인사담당인 김씨는 출제위원을 포섭했고 감사담당인 조모(52)씨와 노씨는 응시자를 접촉해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거나 과거에 같은 학교에 근무하며 친분이 있는 교사와 대학 선후배 교사 등이 대상이었다.

 응시자 가운데 논술시험이 면제되는 교감급은 1000만원, 20여 년 이상의 경력교사는 2000만원, 나머지는 3000만원씩 줬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한 응시 교사는 돈을 주고 산 문제를 다른 교사에게 되팔기도 했다. 경찰은 중등뿐 아니라 초등 장학사 시험에서도 일부 응시 교사가 돈을 주고 문제를 주고받은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장학사 시험 비리로 수사 대상에 오른 교사와 장학사, 관련 출제위원 등은 25명이다.

 김씨 등은 범행 과정에서 대포폰 14대를 마련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시 교사들과는 대포폰으로만 통화했다. 김씨는 이 가운데 1대를 김 교육감에게 건네줬다. 김 교육감은 이 대포폰을 수차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노씨 등 비리 연루 장학사와 교육감의 대포폰 통화 내역을 집중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시험 부정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감사담당 장학사가 관련 업무를 직접 보고하겠다고 건네 전화기를 사용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육청 핵심간부인 인사·감사담당 장학사를 주축으로 수억원대의 뇌물을 챙긴 점으로 미루어 교육감이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응시 교사 등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다음 교육감을 대상으로 직접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씨 등은 지난해 12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조직적으로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노씨는 자신에게 돈을 준 응시자를 만나 수사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전달하며 “초지일관 모른다고 해라”고 지시했다.

신진호 기자

◆ 충남교육청 장학사 선발비리 사건

2012년 6월 충남교육청 교육전문직 시험 공고, 노모·김모·조모 장학사 출제위원 및 교사 접촉

7월 교사 18명에게 1000만~3000만원 받고 시험 문제 유출

2013년 1월 5일 충남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 노모(47) 장학사 구속

8일 시험 문제 출제위원 박모(47) 장학사 음독 자살

9일 시험 문제 받고 금품 건넨 교사 김모(47)씨 구속

17일 금품 수수 현직교사 자택·학교 압수수색

2월 12일 충남교육청 김모(50)·조모(52) 장학사 구속영장 신청

14일 김모·조모 장학사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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