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한내 미국 스파이활동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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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북한의 맹방이었던 러시아가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핵 탐지 장비를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관 구내에 설치토록 허용하는 등 미국의 북한 내 스파이활동을 지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미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 20일 보도했다.

신문은 "당시 CIA는 러시아 해외정보국(SVR)의 도움을 받았으며 설치된 장비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특수 감시설비"라고 전하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는 CIA가 훈련시킨 SVR 요원들을 통해 미국에 넘겨졌다"고 덧붙였다.

CIA가 제공한 핵 탐지장비는 플루토늄 재처리과정에서 분출되는 극소량의 크립톤 동위원소 등 특정물질들을 원거리에서도 탐지할 수 있어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위반해 평양에서 1백㎞ 떨어진 영변에서 비밀리에 핵재처리 시설을 가동시키는지 여부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 당국자는 "미.러 합동작전은 예전에 종료됐다"고만 말하고 장비의 활용기간, 입수한 정보 등 세부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신문은 "CIA는 통상 해외주재 미 대사관을 중심으로 첩보활동을 하지만 외교관계가 없는 북한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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