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진타오 세불리기 가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 신임 총서기직에 올랐으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그늘에 가려 목소리를 좀처럼 내지 못하던 후진타오(胡錦濤)의 세 불리기가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胡총서기의 정치적 후원그룹인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계열의 간부들이 지방 성장(省長)급 고위 간부직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으며, 19일에는 역시 공청단 계열인 멍쉐눙(孟學農.53)이 수도 베이징(北京)의 시장으로 선출됐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胡가 현 인민해방군 최고 실세인 장완녠(張萬年) 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올해 3월에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국가 부주석으로 끌어들여 군부 내에 지지세력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특히 베이징 시장에 선출된 멍쉐눙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공청단 경력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면서 공청단 서기로 재직할 당시의 胡에 대해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은 지도자"로 찬양하고 나섰다.

이는 1980년대 후야오방(胡耀邦)의 몰락 이후 공청단 멤버들이 정치적인 의사 표시를 자제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공청단 출신의 신임 총서기인 胡 덕분에 가능해진 현상"이라며 "胡의 역할에 따라 퇀파이(團派.공청단 출신)가 더욱 활발히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胡의 세 불리기는 '공청단 챙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최근 들어 농촌 등 민생현장을 부지런히 찾는 한편 '헌법에 의한 국정 주도' 구상을 적극 개진해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 가꾸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헌법 시행 20주년 기념식 자리에서는 "헌법은 중국의 근본법으로 국가를 다스리고 번영케 하는 최고의 장정(章程)"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중국이 법치국가로 거듭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공산당 최고 실세 몇 명이 좌지우지하는 중국의 정치권을 향해 '법치에 의한 개혁'이라고 제창한 것으로 해석됨으로써 胡의 중요한 정치적 행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홍콩.베이징=이양수.유광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