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鹽車之憾[염거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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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相)이 부사로 쓰이면 ‘서로’라는 뜻이지만 명사로는 ‘생김새’, 동사로는 ‘살피다’는 의미를 갖는다. 상마가(相馬家)는 따라서 말을 살피는 사람, 즉 말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사람을 뜻한다. 중국의 대표적 상마가는 백락(伯樂)이다. 백락은 원래 하늘나라에서 마필(馬匹)을 관리하는 신선이었는데 인간 세상에서는 말의 우열을 잘 가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됐다.

첫 번째 백락으로는 기원전 7세기 무렵 춘추시대(春秋時代) 사람인 손양(孫陽)이 꼽힌다. 그는 현재의 산둥(山東)성에 자리 잡았던 고(?)나라 사람으로 말에 대한 깊은 연구로 일가를 이뤄 훗날 ‘백락상마경(伯樂相馬經)’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고나라에서는 큰 뜻을 펼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나라 밖으로 나와 진(秦)의 목공(穆公)을 위해 일하게 됐다. 춘추시대엔 급속한 생산력의 발전과 군사적 목적을 위해 말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당시 사람들은 말을 여섯 가지 용도로 구분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종마(種馬)로 번식용이다.

두 번째는 융마(戎馬)로 군사용, 세 번째는 제마(齊馬)로 의장용, 네 번째는 도마(道馬)로 역참용, 다섯 번째는 전마(田馬)로 수렵용, 여섯 번째는 노마(駑馬)로 잡역을 위한 말이다. 이런 말과 관련해 상마이여(相馬以輿) 상사이거(相士以居)란 말이 있다. 말의 좋고 나쁨을 알려면 끌고 있는 수레를 보면 되고, 사람의 덕행을 알려면 그가 사는 집을 보면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말이 수레를 잘 끌면 힘 좋은 말로 분류될 것이다.

그러나 백락과 얽힌 성어인 염거지감(鹽車之憾)은 좀 더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소금 수레의 비애 정도로 해석해야 할까. 이는 수레를 끌고 있던 천리마(千里馬)가 백락을 만나게 되자 신세를 한탄하듯 소리쳐 울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천리마도 운이 없으면 여느 말과 같이 소금 수레나 끄는 잡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뛰어난 인재가 제때를 만나지 못한 처지를 한탄할 때 주로 쓰인다.

기복염거(驥服鹽車) 또한 천리마가 소금 수레를 끈다는 뜻으로, 뛰어난 이가 천역(賤役)에 종사하고 있음을 일컫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내각 구성이 진통을 겪는 모양새다. 아마도 염거지감을 떠올리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순전히 자기 생각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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