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라늄·플루토늄 동시 실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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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사진)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5일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 핵무기를 동시에 실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등 주최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다. 헤커 소장은 “어차피 핵실험을 하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을 것이기 때문에 서부·남부 각각 지역에서 (동시에) 두 번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 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북한을 수차례 방문해 핵 시설을 둘러본 경험이 있다.

 헤커 소장은 북한이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강행하겠다고 경고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수소폭탄 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1~2주 내 핵실험을 감행하게 된다면 전력(원자력 발전)이 아니라 폭탄을 선택한 이전 체제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13년 전 작성한 ‘페리 보고서’의 권고사항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너무 멀리 갔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다면) 13년간 북한과의 관계가 최대의 외교적 실패로 끝나게 될 수 있다”며 “(주변국이) 반드시 얻어야 할 교훈은 동일한 외교전략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페리 전 장관은 북한의 무기 개발을 중단할 수 있는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1994년 북한 영변 핵 시설에 대한 공격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면서 “지금은 유효하지 않은 전략”이라고 했다. 그는 “94년 북한의 핵 시설은 (영변) 한 곳에 집중돼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핵 시설이 어디에 분산돼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공격은)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숙 기자

◆페리 프로세스=대북 조정관이던 페리가 1999년 작성한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 보고서. 대북 포용을 기조로 한 페리 보고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핵·미사일 개발 중단→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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