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에 식칼 없는’ 금감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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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틱(MS) 카드의 전자칩(IC) 내장 카드 전환을 추진 중인 금융감독원이 정작 직원들에겐 마그네틱 카드를 나눠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약정을 체결해 전 직원에게 ‘복지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다. 복지카드는 학원비·도서구입비 같은 각종 문화·교육·자기계발비를 현금으로 주지 않고, 직원들이 일정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신용카드다. 필요할 때 이 카드로 물건·서비스 등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인카드와 비슷하다.

 하지만 금감원이 직원에게 나눠준 복지카드는 복제가 어려운 IC카드가 아닌 MS카드다. MS카드는 별도의 단말기를 이용해 마그네틱 정보를 복사할 수 있기 때문에 복제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지난해 ‘IC카드 전환 종합대책’을 세우고 MS카드의 IC카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감원 간부는 “국민에게는 IC카드 전환을 밀어붙이면서 정작 직원들의 카드는 바꾸라는 말이 없다”며 “만에 하나 복지카드 위조 사건이라도 터진다면 제대로 체면을 구길 판”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복지카드의 IC카드 전환은 카드를 발행하는 우리은행 소관이라 직접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현금 인출 및 송금 기능이 없고, 사용 금액과 사용처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다른 MS카드와 달리 큰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MS카드 불법복제로 인해 사용자들이 입은 피해 규모는 3만2000건, 25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 2월부터는 모든 자동화기기에서 MS현금카드 사용이 제한되며, 2015년부터는 MS 신용카드 사용도 불가능해진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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