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김승현, 내친김에 최고 가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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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승현(대구 동양)의 플레이를 보면 새내기라는게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현란한 드리블과 팀 동료까지 속일 정도로 순식간에 이뤄지는 패스, 막힐 때면 자신이 해결하는 득점력, 여기에 탁월한 순발력으로 상대 패스를 차단하는 능력까지 코트의 사령관인 포인트가드에게 요구되는 덕목을 두루 갖췄다.

29일 당대 최고의 가드로 평가받는 강동희(울산 모비스)와의 맞대결은 김승현의 진가를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기였다.

득점과 어시스트만 놓고 본다면 강동희(22점·12어시스트)와 김승현(15점·11어시스트)이 별 차이가 없었지만 승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고비마다 터져나온 김승현의 스틸 7개였다.

김승현은 강동희의 드리블을 직접 빼앗는가 하면 볼배급 루트를 정확하게 꿰뚫어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 등 10년 이상 코트를 조율해 온 대선배의 자존심을 뭉갰다.

12경기를 치른 현재 김승현은 평균 3.67개의 스틸을 성공하며 2위 맥클래리(2.42개·서울 삼성)를 1개 이상차로 따돌리고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1위였던 이상민(전주 KCC)이 평균 2개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김승현의 손과 머리회전이 얼마나 빠른 지를 알 수 있다.

어시스트에서도 김승현은 경기당 평균 8개로 강동희, 주희정(이상 평균 9개·삼성)과 함께 '빅3'를 형성하고 있다.

더욱이 시즌 초반부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경험 미숙도 함께 드러내던 김승현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게임 운영도 훨씬 안정감을 찾고 있다.

경기당 많게는 5개 정도의 턴오버를 범하던 김승현은 동료들과의 호흡이 맞아들어가면서 최근 2경기에서는 각각 단 1개씩의 실책에 그친 것. 벌써부터 신인왕은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김승현의 눈은 이미 신인왕을 넘어 최고 가드를 바라보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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