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원수 카다피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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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반유대인 운동과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지원활동으로 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다음으로 '손볼' 국가 지도자로 꼽았던 무아마르 카다피(사진) 리비아 국가 원수가 전혀 새로운 인물로 변모했다고 뉴욕 타임스 매거진 최신호(1월 19일자)가 보도했다.

리비아 현지에서 카다피 원수와 인터뷰한 자유기고가 스콧 앤더슨은 "카다피는 친미적이고 세계평화를 강조하는 인물로 변신했다"고 지적하고, "카다피는 스스로 자신이 온건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세계화와 인터넷을 중시하는 지도자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1969년 군부 쿠데타로 리비아의 실권자가 된 카다피 원수는 88년 미국 팬암 여객기 폭파사건의 배후로 주목된 '테러 지도자'이며 앙골라와 모잠비크의 좌익 게릴라에서 아일랜드공화군(IRA)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반체제.게릴라운동을 지원,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중동의 미친 개'라고 불렀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숨겨주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원수는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들에 관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과 리비아는 한 참호 속에서 공동의 적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고 말하는 등 미국과의 화해 의지를 나타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도 "유대인은 전부 바다에 쓸어 넣어버리자"며 이스라엘의 멸망을 주장했던 종전과 달리, "진정한 해결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국가로 묶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 원수는 이같은 자신의 급격한 변화를 "세계화라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석가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자금난, 노년에 접어들기 시작한 나이 등을 그의 변화 이유로 꼽았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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