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실질적 핵파워 미국에 최대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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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헤이글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 지명자가 지난달 31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은 실질적인 핵 파워”라 밝힌 것은 미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보는 시각이 180도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경시에서 우려로 바뀐 것이다. 헤이글 지명자는 미국의 최대 골칫거리로 통해온 이란보다도 북한이 더 위협적이란 언급까지 했다. 그는 상원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미국에 점차 큰 위협이 되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헤이글 지명자가 밝힌 ‘실질적 핵파워’는 북한이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북한의 핵 위협이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란 사실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면엔 북한 핵을 막기 위해 훨씬 강력한 대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그는 이날 장관이 되면 북한의 도발을 막는 일에 우선적으로 나설 것임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존 케리 신임 국무장관이나 헤이글 지명자 모두 대화론자지만 핵 문제만큼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지만 미국 정보당국은 내심 실험을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더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미국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실제 능력을 파악하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 이 신문은 미국 정부가 북한이 1990년대 핵실험을 한 파키스탄 수준까지 이르렀는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파키스탄은 100개 이상의 핵무기를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이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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