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위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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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동영상 중의 하나가 초고도비만인들에게서 시행하는 ‘위절제술’이다. 위절제술이란 스스로 음식을 통제하지 못하기에 외과적인 방법으로 위를 잘라내어 강제로 위를 줄이는 수술인데 최근 들어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이 동영상이 주는 진의를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의 잘못된 식습관이 가져다 줄 미래를 반성한다.

해부학적으로 비만한 아이의 위는 정상인 아이의 위에 비해 늘어나고 축 처져 있다. 이 늘어난 위가 과식과 비만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하는 주범이다. 따라서 위를 줄이지 않으면 진정한 체중감량은 이루어질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의 위는 어른들의 위에 비해 복원력이 우수하다. 빠른 경우는 일주일 훈련으로도 다시 정상 크기로 돌릴 수 있다.

위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을 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좋은 음식을 세반천출하라. 세반천출은 세끼 반드시 천천히 출출하게 먹기이다.”

좋은 음식, 즉 슬로푸드 먹기와 정시의 정량 식사가 가장 중요한 우선원칙이다. 나쁜 음식은 필요 이상으로 입맛을 돋우어 필요 이상의 열량을 섭취하게 이끈다. 따라서 섬유질이 풍부하고 가공과정을 적게 거친 원재료 음식으로 식단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식단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천천히 꼭꼭 씹기이다. 소아비만 어린이들의 식사시간은 대개 10분을 넘지 못한다. 그만큼 빨리 식사를 마친다. 이때 유의할 것이 ‘빨리’ 먹는 것이 ‘적게’ 먹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개 이렇게 빨리 식사를 하는 이유는 심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폭식을 즐기는 욕구 때문이다. 식사시간이 20분 이상 길어지면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호르몬이 나와 음식 먹기가 불쾌해지기 때문에 렙틴이 분비되기 전에 재빨리 음식을 먹어 치우는 것이다. 그래서 비만한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면 거의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렇게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는 습관은 비만과 직결된다. 꼭꼭 씹으면 음식을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고 식욕억제호르몬 렙틴이 활동할 충분한 여유도 만들어진다. 꼭꼭 씹기만 해도 총 음식 섭취량은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식사와 식사 사이의 시간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식사와 식사 사이의 간격이 길어지면 우리 몸은 다음 번 식사에서 또 식사 간격이 길어질 것을 예상하고 이를 대비해 음식을 더 먹도록 충동한다. 점심을 먹고 저녁을 미루다 먹는 늦은 식사가 대개 과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식사와 식사 사이에 수분 섭취를 꾸준히 해 위액을 희석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위 안에 위액이 많아지면 식욕호르몬의 활동이 왕성해진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물을 마셔 위액을 희석시킬 필요가 있다.

위를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적절한 운동이다. 특히 온몸을 여러 방향으로 비틀어주는 스트레칭은 위와 내부 장기의 탄력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팔을 여러 방향으로 비틀어주는 스트레칭은 위의 탄력성을 되살리는 데 효과적이다.

일단 아이의 위를 작은 사이즈로 줄이고 나면, 이후에는 한두 번의 식사규칙 이탈도 너끈히 이겨낼 수 있는 건강하고 탄탄한 위가 만들어진다. 그러면 처음 훈련할 때처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지는 않다. 즉, 일정 기간의 위 다운사이징 훈련 후에는 아이의 식사관리가 그만큼 수월해진다는 말이다. 그 이후에는 아이에게 약간의 문제음식 섭취나 한두 시간의 식사 시간 이탈도 힘들지 않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세반천출 훈련의 핵심은 반복과 피드백이다.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머리에서뿐만 아니라, 손과 입도 세반천출을 자동화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보상과 교정으로 아이의 개선의지를 함양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위를 스스로 줄이고 있다. 우리 아이만이 잘못된 식습관의 동굴에서 헤매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고 반성할 일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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